회사 안에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

투자 팁


기업 내부에서 사내 벤처와 같은 스타트업 형태의 조직을 운영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거대 기업 내부의 스타트업은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버려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관점에서 보면 거대 기업 안에서의 스타트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기업에게 필요한 스타트업을 외부에서 쉽게 사올 수 있다면, 굳이 내부에서 키워낼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 맘처럼 쉬운 일도 아니려니와, 이와는 별개로 기업 내부에 창의적이고 민첩하게 운영되는 스타트업 조직을 키우는 것은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속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복합 기업인 GE가 300개가 넘는 소규모 별동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환경을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조직 시스템보다 개인 역량이 우선
조직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기업은 시스템을 정교화 함으로써 구성원 개인 의존도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야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정교해질수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스타트업에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아날로그적 특성이 강한 조직이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일은 스타트업에 맞는 리더를 선임하는 것이다. 관리를 잘하는 유형이 아니라, 기발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라야 스타트업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성과의 크기는 팀장 또는 리더의 생각과 역량의 수준에 달렸다. 소위 뚜껑의 법칙이다. 위계가 엄격한 조직일수록 상사나 리더를 설득하지 못하면 어떤 창의적 시도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에서는 리더나 팀장이 뚜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예 뚜껑이 없는 조직이라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병 밖으로 튀어 오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팀을 해당 직무 경력자로만 구성하지 않는 구글의 원칙은 주목할 만하다. 경력이 많을수록 늘 하던 방법대로 처리하려 할 것이고 창의적인 해법이 나올 여지가 적다고 보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팀장이 팀원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팀장이 데리고 일할 사람을 마음대로 뽑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성과가 나쁜 팀의 팀장에게 팀원을 뽑게 한다면 그 팀장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원을 뽑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 혹여 자신을 뽑아준 팀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는 팀원은 아예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역할이 따로 없는 책임 완결형 조직
거대 기업은 항공모함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무기 항공모함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역할의 전문화와 분업화, 그리고 효율적 협업이 가장 극대화된 조직 모델이다. 항공모함에서 배를 지휘하는 함장과 항공기 부대의 지휘관은 별개다. 비행단장들은 함장에 대해 조언과 요청은 할 수 있지만 명령은 못한다. 갑판 위 전투기 관리를 위한 요원들은 착륙유도, 발함(이륙), 의료, 항공기 조종사, 무기 장착, 갑판 요원, 상황실, 수송기, 헬기, 정비, 급유 등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각 역할은 작업복 위에 입은 조끼의 색깔로 표시된다.

예컨대 발함 담당은 녹색, 착륙유도 담당은 황색, 급유 담당은 자주색, 무기 담당은 적색, 보수 및 화재 진압은 갈색, 의무 요원은 백색 등의 식이다. 어지럽게 엇갈리는 것처럼 보여도 100여 가지가 넘는 수신호와 헬멧의 수신기로 소통하는 요원들 간에는 일사 분란함과 함께 고도의 집중력이 유지된다. 이런 완벽한 분업화와 협업으로 항공모함 갑판 조직은 가장 ‘신뢰성 높은 조직(HRO: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으로 꼽힌다.
엄청나게 많은 위험 요소가 내포되어 있음에도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항공모함 조직의 운영 비결은 자신의 맡은 임무에만 완벽히 집중하면 되도록 해주는 철저한 역할 구분에 있다. 그런데 ‘역할 명확화’가 스타트업에서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망망대해에 떠 있는 구명보트와 같은 스타트업은 한 사람 혹은 하나의 팀이 하나의 아이템에 대해 A부터 Z까지 책임져야 하는 조직이다. 서로 책임을 논할 여유가 없다. 정해진 방법과 길이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으로 돌파해야 하기에 누구라도 사업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역할을 나누기 이전에 노를 젓고 좌표를 확인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모든 일에 힘을 모으려는 마인드부터 다져야 하는 것이다. GE의 내부 스타트업 조직 중 하나인 PET/CT 스캐너 개발 팀은 2014년 8월 구성될 때부터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 출신의 직원들로 이루어졌으나 역할 구분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제한된 예산으로 고객의 사용 편리성, 성능, 가격 등에서 기존 시장을 뒤엎을 아이디어를 위한 브레인스토밍부터 시작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일에도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이 팀은 기존 방식에서처럼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더라면 2~4년은 족히 걸렸을 개발 기간과 소요 비용을 실행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육성보다 채용에 올인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는 수비형 가디언이 아니라 공격형 스타다. 스타형 인재의 중요한 특징은 육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안에 있더라도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사람을 키울 여력이 없다. 육성이 필요 없는 스스로 알아서 성장하는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육성이 아닌 채용에 집중해야 한다.
비범한 천재 한 명을 뽑기 위해, 또는 한 명의 형편없는 사람을 뽑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구글의 채용 시스템은 대기업 안의 스타트업이 채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좋은 힌트를 준다. 구글은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보다도 육성이 아닌 채용에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다. 심지어 10회가 넘는 인터뷰 관문이 있을 정도다. 구글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는 장차 자기 상사가 될 사람과 동료가 될 사람을 면접관으로 만난다.

뿐만 아니라, 장차 부하직원이 될 사람도 면접관으로 만난다. 새로 채용될 사람과 공동운명체로 함께 일을 해야 할 팀원들이 모여 뽑을지 말지를 심사숙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기술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인 앨런 유스터스는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갖는 가치는 평균적인 기술자의 300배에 가깝다. 공대 졸업반의 기술자 전체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단 한 명의 비범한 기술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이런 신념이 입사를 지원하는 200명 가운데 1명을 채용하는 구글의 깐깐한 채용을 만들어 냈다. 채용에 더 투자하여 좋은 인재를 뽑는 것이 채용과 육성에 리소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분포 활용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정규분포 곡선을 신봉한다.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가 같은 모양으로 대부분의 구성원이 중간에 몰려 있고 극소수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로 나뉘어지는 종(Bell) 모양의 곡선을 성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애플이나 구글의 생각은 다르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거대한 성과 대부분을 만들어낸다는 멱함수 법칙(Power Law)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성과가 나면 모두가 고성과자이지만 성과가 없으면 모두가 평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조직이다. 복잡계 이론이나 네트워크 과학에 적용되는 멱함수 분포는 파레토법칙이나 블랙스완의 개념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잡스가 애플 직원들을 ‘소수의 깨달은 자와 다수의 쓰레기들’이라는 극단적 이분법 논리로 바라본 것도 멱함수 분포에 대한 믿음이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가와 보상의 불완정성을 인정하고 분배의 공정성이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에 힘을 쏟는다.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긍할만한 평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구글이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툴은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다.

범주: 투자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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